라이브러리컴퍼니
24.11.23
테일러
★★☆☆☆
24.11.23 19:00
이석준, 박상혁, 김이담, 조디아나, 고철순
O열 15

악평을 하도 듣고 가서 그런가? 생각했던 것 이상의 최악의 상태는 아니었으나 한편으론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창초극의 한계도 명확히 보였던 기묘한 뮤지컬... 초고를 그대로 극으로 올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; 배우들은 워낙 앵간치 하는 배우들이라 그런가 배우보단 각본과 연출의 한계가 명확히 보였던 것 같음. 역시 배우가 아깝다...
이 극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이자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부분이 '대사로 모든걸 전달하려함' 과 템포 이슈라고 할 수 있겠는데... 템포 이슈는 어떤 캐릭터에 집중하느냐가 명확하게 잡혀있지 않아서 더 따라가기 버거웠던 것 같다. 사실암살 부분까진 괜찮았는데 그 뒤에 에덤 죽은 이후부터 정말 "언제 끝나냐" 가 되어버려서...
에덤의 역할과 이후 해리와 노아의 역할을 생각해보면 초장부터 에덤을 죽여놓고 노아와 해리에 집중했음 좋았을텐데 싶었음... 어떻게든 꾸역꾸역 모든 걸 넣어버리려 하니까 오히려 난잡해지고 주요 메세지가 가려지는 느낌이 좀 (정확힌 전달은 계속 하는데 그렇게 감명깊게 와닿진 않죠)
정확히 이 부분이 '초고스럽다' 고 생각했던 것 같음. 한 번 다 써놓고 어디가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를 가려내서 덜어내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제대로 덜어지지 못한 느낌이... 그래서 정말 연출이나 극본에서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하냐와 상관없이 '보여주고 싶었기에' 보여준다는 게 느껴져서 그 부분이 참 아쉬웠다.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해서 다 한다고 능사가 아님을 이 뮤지컬을 통해 깨닫게 됨... (;) 정말 <덜어냄의 미학>의 중요성이라 할 수 있다. 근데 뭐... 제작 측에선 안 보였을 수도 있었겠지. 원래 이런건 처음 본 관객에게서나 비로소 느껴지는 거니까..
하지만 여러분은 프로잖아요... 이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고...
그렇기에 더 중간에 깨달았음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지만, 뭐 이것도 여러가지 사정이 있는 거겠지... ^^;
별개로 이 뮤지컬을 보러 간 이유는... 박상혁 배우 좋아하기도 했고 99즈 케미가 궁금해서 갔던 거였는데, 그 부분만은 제대로 충족하는 연기를 보여줘서 좋았다. 이석준 배우가 정말 잘하더라 ;; 그래서 박상혁 배우 보러갔다가 오히려 그쪽에 더 시선이 갔던 것 같다. 그 역할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연기라 느껴져서 이부분은 불만 없이 감상. 박상혁 배우의 에덤 같은 경우도 딱 충실하게 역할 수행을 잘 해냄 정도로 느껴져서 뭐 크게 불만은 없었다. 애초에 본체랑 엄청 비슷한 성격의 역할이기도 해서 그렇게 연기력에서 튈 부분도 없었고...
김이담 배우가 좀 의외였는데 써니보이 했을 땐 정말 안맞아서 너무 튕겼는데, 여기서 노아 역할로 보니까 꽤나 괜찮아서 놀람. ; 이건 내가 멀리서 보다보니까 표정이 안 보여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... (ㅋㅋ) 뭐 엄청 잘했다 이 얘기보단 '써니보이보단 확실히 이런 역할이 잘 맞는군...' 정도의 감상평이었다.
노아라는 캐릭터 자체는 설정 상 좋아할법한 설정이었는데 후반부가 이래저래 지저분해져서 쩝... 역시 아쉽네
에덤 죽인 후의 복수 과정을 너무 정직하게 그려낸 게 화근이었다고 봄... 에덤이 죽은 순간 이제 뭐 하려고? 라는 생각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어서, 참 쉽지 않네;
하여튼 간에... 딱 이 뮤지컬을 봤을 때 창작에서 '어떻게 덜어내야 하는가' 를 고민하고 있었던 시즌이라 반면교사의 입장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뮤지컬이다. 뭣보다 S석이었고, 2만원대로 봤어서 더 불만이 없었던 걸수도...
남의 시선에서 읽으면 제작자의 욕심 (외 이런저런 상황)으로 덜어내지 못한 창작물은 이렇게 보이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어서, 그 부분에서 좀 더 냉정한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음.
내가 작업할 때도 늘 이 부분을 염두하며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만...